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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일상

아, 옛날이여! - 볼록렌즈

걷기엔 출근길이 다소 쌀쌀합니다. 오는 봄이 어찌이리 더딘 지 얄밉기까지 합니다.
같이 걷는 후배치과의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가 학창시절 겨울을 지내던 이야기로
화제가 흘렀습니다.

조개탄 혹은 빵탄이라고 했던 석탄을 기억하시나요?
난로가까이 앉은 친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지만 뒷자리에 앉은 친구는 문틈사이로
밀려들어오는 찬바람에 여전히 옹크리고 앉아 떨고만 있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네모난 도시락에 물을 조금 붇고 뚜껑을 닫아서 난로위에 올려놓고
다른 친구들이 그 위에 도시락빌딩을 쌓으면, 조금지나서 고소한 밥내음이 고픈 배를 더욱 고프게 한
그런 시절이 생각납니다.

학교에서 지급한 석탄이 다 떨어지면 담임선생님은 운동장에서 나무가지를 주어오라 하시고,
많이 주워온 애들은 난로가까이 서게 하시고, 조금 주워온 애들은 난로에서 떨어져 있게 했던
야속했던 시절도 생각납니다.

이런 것도 중고등학교시절에 비하면 호강이었습니다. 중교교시절엔 아예 난로가 없었으니까요.
책상이 두개씩 짝지워져 네줄로 배열되어 있었는데 매주 한칸씩 오른쪽으로 책상위치를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햇빛이 비치는 남쪽 창가쪽으로 앉게되는 그 한주는 너무나 행복했었습니다.

밖을 내다보는 재미보다는 단지 따뜻하다는 이유만으로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전부 남쪽 창가로
몰려들었고,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수업준비는 뒷전이었으며, 그러다 시작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셔야 우루루 책상으로 몰려가곤 했습니다.

가죽케이스가 달린 볼록렌즈를 아십니까?
과학시간에 쓸 목적으로 산 볼록렌즈는 겨울철 재미난 놀이기구중 하나였고,
볼록렌즈로 빛을 모아서 낙엽을 태우며 놀기도 했지만 친구머리에 빛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창가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며 따스함을 즐기는 친구에게 더욱 따듯한 빛을 친구의 동의없이
선물하다보면, 친구는 아는지모르는지 마치 파리를 쫒듯 손으로 머리를 쓱 문지르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타는 냄새가 나면서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장난을 하던 친구와 싸움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한번은 친구녀석이 내 볼록렌즈를 빌려달라더니 칠판지우개를 태우는 것이었습니다.
횟가루가 묻어서 쉽게 타지 않았고 시작종이 울려서 그 친구는 하던 장난을 그만 두었고,
칠판지우개를 제자리에 두고 렌즈는 다시 나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수업이 시작한 지 10분쯤 되었을까?  그 녀석이 태우려고 했던 칠판지우개에서 연기가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금새 교단한구석이 연기로 가득찼습니다.
선생님은 그 녀석을 벌주시고 내 렌즈를 압수했습니다.

그리고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 선생님이 담임이셨는데  학생기록부정리를 도와달라고
하셔서 교무실에 불려갔습니다. 우연히도 칠판을 태웠던 그 친구도 불려왔더군요.
정리를 하면서 선생님책상서랍을 보니 그 렌즈가 한쪽에 놓여있었고 몰래 다시 챙겼었습니다.

지금은 학교에 다 난로가 있답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요즘 학생들은 구닥다리 이야기로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게는 억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아주 소중한 추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