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이브로 돌아가기

원장 일상

부부싸움이여 영원히...

"아버님은 올해 일흔넷이 되시고 어머니는 일흔둘이 되십니다."

오늘 어머니께서 점심을 사주신다고 오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병원앞에 차를 대기하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모아놓은 스포츠신문을 묶음으로 가져가십니다.
낱말퍼즐을 즐기시는데 치매방지에 아주 좋다십니다.

신문을 들고 병원문을 나서며
어머니는 아버지께 차뒷문을 열라고 하셨습니다.

아버님은 트렁크를 손짓으로 가르키시며
트렁크에 신문더미를 넣으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별 것도 아닌 짐을 왜 트렁크에 넣으냐시며
빨리 뒷문을 열라고 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이제 앞만 쳐다보시면서
엄지손가락으로 계속 트렁크를 가르키셨습니다.

문을 꼭꼭 닫은 차안에서도 들릴 정도로
어머니는 차뒷문을 열라고 하셨습니다.

공기가 심상치 않아졌습니다.
싸워도 참 희안한 걸로 싸우시는 두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손가락질도 하지 않으시고
어머니는 홱 돌아서시며 안간다고 하시고 점심이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신문더미를 제가 들고
아버님께 뒷문좀 여시라고 말씀드렸더니 겨우 열렸습니다.

어머니를 강제로 태우고 식사하러 갔습니다.
식당까지 5분이나 걸렸을까, 그새 또 도란도란 말씀을 나누시더군요.

두분은 점심을 맛있게 드시는데 제가 얹힐 뻔 했습니다.
오늘 보고 깨달은 게 한가지 있습니다.

절대로 마누라와 싸우지 않겠다고 말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