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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짜증나는 환자 1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 이런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는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정말 짜증(?)이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환자는 그 조그맣게 벌어지는 입 속에서 치료를 해야 하는 치과의사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치과의사는 답답하다.

물론 환자가 입을 더 벌리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점을 왠만한 치과의사라면 익히 알고는 있다. 그래도 짜증이 나는 것은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아~ 하세요!"를 수 없이 반복해도 그 때만 살짝 입을 벌리는 척 하고는 곧바로 다시 입이 작아져 버릴 때에는 치과의사로서 짜증을 넘어 절망과 자포자기에 이르게 된다.

이런 환자들은 왜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조사해 보지는 못했지만, 선천적인 원인이 아니라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서 점차 구강주위 근육이 경직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짐작을 하고 있다.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는 환자들은 대개 구강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것도 단기간이 아니라 아주 오랜 장기간을 걸쳐 불량한 구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다수의 충치나 상실치, 또는 극심한 부정교합 등이 있었을 때에 본인은 평상시에 입속을 타인에게 보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무의식적 의식적 행위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굳어지게 되면, 구강주위조직 또한 그러한 상태로 경직되어 버려서 입을 크게 벌리고 싶어도 벌어지지 않는 지경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 "아!"라는 발음을 시원하게 내지르지 못한다. 구강주위 조직이 "오!"라는 발음에 더욱 적응되어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시라. "아!"라는 발음을 하지 않고, "오!"라는 발음을 하면서 입을 벌리고 있다면 그 입이 얼마나 작게 벌어졌을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입속에서 치료를 해야 하는 치과의사는 얼마나 폭폭할 노릇이겠는가? (이 말은 치과의사가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

그런데, 이러한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온순하고 착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아마 어렸을 적부터 어떤 원인이나 또는 불량한 구강상태 때문에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성격이 형성된 것은 아닐까? 실제로 앞니가 심미적으로 불량하거나 구강상태가 좋지 않는 경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인관계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많다.

만약 불량한 구강상태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 형성되었다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상당한 핸디캡을 지닌 채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오늘도 그런 환자를 치료했다. 매우 인상이 좋으신 분인데, 도대체 입을 제대로 벌려야 치료를 할 것 아닌가? 한 번 진료를 할 때마다 수 십 번씩이나 "아~ 하세요!"를 반복해도 마치 살아있는 조개처럼 그 때만 살짝 입을 벌렸다가는 곧바로 닫아 버리니...

가끔 이런 환자를 진료할 때는 그 환자가 미워진다. 인상이 참 좋아 보이고 온순하고 참 착해보이는 분인데도, 마구 마구 그 환자가 미워진다. "그래도, 그래도, 최선의 진료를 포기하면 안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말도 잘 듣는 이 환자 내원약속은 꼭 지켜서 나오곤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인다. ㅠ.ㅠ

치과의사는 치아만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다. "인간의 치아"를 치료하는 의사이다. 매일 매일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불현듯 내가 오로지 치아만을 만나서 상대하고 이야기하고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인다. 나는 인간을 만나서 상대하고 이야기하고 그의 이빨을 치료하는 치과의사라는 점을 다시금 가슴 속에 팍팍 새겨 넣어야 한다.

아, 홍선생님 말마따나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 업보를 닦느라고 내가 치과의사가 된 것이 맞을거야! 그러니 어쩌겠어, 열심히 죄과를 닦으면서 성심껏 죄를 빌고 달게 벌을 받으면서 씩씩하게 살아야지.

논깡